020 "완득이" 영화 리뷰 (부족한 환경, 불완전한 가족, 발걸음)

‘완득이’는 사회의 테두리 밖에서 성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기의 혼란과 성숙, 그리고 관계의 회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외면당한 가정환경, 학교에서의 소외,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과 마주하면서 주인공 완득이는 점차 세상과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갑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아로 낙인찍힌 소년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함과 가능성을 유쾌하고 뭉클하게 풀어냅니다.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성장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기며,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완득이 영화 포스터


부족한 환경, 그 안에서 피어난 자존감

완득이는 청소년기에 흔히 겪는 혼란을 넘어서, 가정과 사회 양쪽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지체 장애인으로 사회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가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죠. 이런 현실은 완득이에게 좌절감과 분노, 무기력함을 안겨줍니다. 그는 학교에서도 겉도는 존재이고,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배경 속에서도 완득이가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그려냅니다.

완득이는 말수가 적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툽니다. 폭력적인 성향으로 보이기도 하고, 종종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 내면에 쌓여 있는 외로움과 상처의 표현입니다. 그를 지켜보는 관객은 그의 행동이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관심받지 못한 아이의 신호임을 금세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변화의 계기를 제공한 인물은 바로 담임 교사 ‘동주’입니다. 동주는 기존의 교사들과 달리 완득이에게 관심을 갖고,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집요하게 그의 세계에 들어오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동주의 태도가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졌던 완득이지만, 점차 그의 진심을 알아가며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완득이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그의 자존감이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따라갑니다. 어른들이 외면했던 완득이의 가능성은, 관심과 존중이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태도 하나로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사람은 변화할 수 있으며,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합니다.

불완전한 가족, 그러나 진심으로 이어진 유대

완득이의 가족은 전형적인 이상적인 가정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수화로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어머니는 그를 어릴 때 떠나 지금은 베트남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완득이는 자신이 가진 가족 구성에 대해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부모에 대한 애정도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불완전한 가족의 모습을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피어난 진심과 유대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완득이와 아버지의 관계는 초반엔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납니다. 아버지는 서툴지만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수화로 표현되는 감정은 말보다 더 진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며, 관객들은 그들의 관계 속에서 말보다 중요한 ‘행동의 언어’를 보게 됩니다. 영화는 청각장애라는 설정을 활용하여, 언어 외적인 소통이 얼마나 진실될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또한, 완득이의 어머니가 다시 등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오래전 떠난 어머니를 다시 마주하는 완득이는 처음엔 거부감과 분노를 드러내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머니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진심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용서의 문제가 아니라, 완득이가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증거로 읽히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가족은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라는 점을 영화는 말없이 보여줍니다.

동주의 역할도 이 가족 서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는 완득이의 삶에 개입하며, 단순히 교사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되죠. 때론 형처럼, 때론 친구처럼 다가오는 그의 태도는 완득이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첫 걸음이 됩니다. 그렇게 이 영화는 '진짜 가족'이란 반드시 혈연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임을 따뜻하게 이야기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완득이의 발걸음

‘완득이’는 결국 완득이라는 인물이 자신을 둘러싼 편견, 차별, 소외의 벽을 스스로 넘어서는 성장담입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은 완득이는 늘 주변부에 서 있었지만, 영화는 그가 점차 세상과 마주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을 희망적으로 묘사합니다. 그 성장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완득이는 더 이상 자신이 특별하거나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의 변화는 아주 작은 행동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친구와의 갈등을 풀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며, 어머니를 용서하고, 동주 선생과의 대화에서 진심을 나누는 순간들 모두가 완득이를 조금씩 앞으로 이끌어주는 요소가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활용하지 않고도, 한 사람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청소년기의 혼란과 반항이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는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줍니다.

또한 영화는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에 대해서도 조용히 비판의 시선을 던집니다. 장애인 가정, 다문화 가족, 학교 밖 청소년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은 완득이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관심’과 ‘연대’였습니다. 동주의 존재, 친구들의 변화, 가족의 응원은 완득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관객은 그 여정을 함께 따라가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완득이가 자신감 있게 나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한 인물의 성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과 회복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누구도 완벽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으며, 누구나 실수하고 좌절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라는 점을 영화는 따뜻한 시선으로 전달합니다.

‘완득이’는 단순한 청소년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소외된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웃음과 눈물, 반항과 용서, 이해와 사랑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모든 완득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줍니다. “괜찮아, 너는 너대로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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